쇼와 58년(1983년) 초여름.
예년보다 더위가 빨리 찾아 온 올해 6월은
낮에는 매미의, 해 질 녘에는 쓰르라미의 합창을 들려주고 있었다.
XX현 시시보네시. 현의 경계에 있는 한적한 마을, 히나미자와.
인구 2천 명이 안 되는 이 마을에서, 그 사건은 매년 일어난다.
히나미자와 연속 괴사 사건 (1979년 ~ 1983년)
매년 6월의 정해진 날에, 1명이 죽고 1명이 사라지는 괴기(怪奇).
거대 댐 계획을 둘러싼 투쟁에서 자아지는 죽음의 연쇄.
쇼와 중기에 은폐됐던 괴사건이 되살아난다.
음모인가, 우연인가, 그렇지 않으면 저주인가.
있어야 할 사람이 없다.
없어야 할 사람이 있다.
어젯밤 만났던 사람이, 살아있지 않다.
눈앞에 서 있는 사람이, 살아있지 않다.
참극은 피할 수 없는가, 굴복할 수밖에 없는가.
하지만, 굴복하지 마라.
당신이 아니면 맞설 수 없다.
연속살인 사운드 노벨 《쓰르라미 울 적에》
선택지를 거쳐 진행되는 대로 해결해 가는 것이 아니라,
당신 자신이 진상을 파헤쳐 보는 사운드 노벨.
두려워할 것인지, 운명에 맡길 것인지, 정면으로 맞설 것인지.
이번 포스팅은 다소 무섭게 시작해 보았네요ㅋ
그도 그럴것이 무려 '쓰르라미 울 적에'입니다. 아는사람들은 다 아는 작품이지만 모르는 사람도 "어, 어디서 들어본것 같은데..." 하게 만드는 그런 유명한 작품이죠. 지금까지 제 인생을 바꾸어 놓을정도의 사건을 나열해 본다면 단연 쓰르라미 울 적에라는 작품도 거기에 있을 것입니다. 그만큼 저에게 큰 영향을 주었고 이 블로그에 자주자주 등장하는 단어이기도 하죠. 도대체 어디서부터 설명을 시작해야할 지 몰라서 일단 제목에서처럼 '사운드노벨'이야기부터 잠깐 언급해보고 싶네요. 이 사운드노벨의 개념을 이해하지 못하면 쓰르라미 울 적에를 즐길 수 없기 때문이죠.
사운드 노벨(Sound Novel)은 어드벤처 게임의 일종으로, 일본의 게임 회사인 츈 소프트의 등록상표이다. 제1작인 오토기리초(弟切草, 제절초)가 발매되기 전까지의 어드벤처 게임과 달리 소설을 모티브로 하고 있기 때문에 화면 하단의 네모칸 메시지 윈도우가 나오는 대신 전체 화면에 텍스트가 표시되는 것이 특징이다. 비디오 게임이라는 특성을 살려 효과음(SE), BGM, 영상효과 등을 효율좋게 사용한다
사운드 노벨은 TV화면의 배경 영상과 사운드가 함께 (플레이어에게) 전달되는 동시에 표시되는 문장을 읽으며 선택지를 고르는 것이다. 이야기의 전개에 따라 플레이어가 행동을 선택할 수 있다. 게임북의 형태에 아주 가까우며, "게임북을 컴퓨터게임화한 것"이라는 것도 틀린 말은 아니나, '사운드 노벨'이라는 명칭대로 책에서는 불가능한 '소리' 및 '배경 영상의 움직임' 같은 연출을 효과적으로 사용함에 따라 플레이어에게 현장감, 긴장감을 가져다 준다. 그런 특징으로 인하여 호러/서스펜스에서 이 장르는 시작되었으며, 그런 장르에 특히 어울린다 할 수 있다.
플레이어의 선택은 곧바로 영향을 나타내진 않으며, 한참 후의 전개에 영향을 주거나 한다. 그렇기에 플레이어는 어떤 선택이 잘못되어 이야기가 꼬이게 되었는지 알 수 없는 경우가 있으며, 특정한 선택지를 이어서 고르는 것에 따라 특수한 루트로 빠지는 경우도 있다. 또, 클리어 횟수나 이미 본 스토리의 진행 상황에 따라 출현하는 선택지가 늘어나거나 바뀌기도 하는, 이전의 어드벤처 게임에서는 그다지 볼 수 없었던 특징도 가지고 있다
-Wikipedia-
위키피디아에서 카피해온 설명인데... 다소 딱딱하죠? (저도 제대로 안읽었다는ㅋㅋ...)
그냥 제가 이해한대로 설명할게요. 소설(Novel)이라는 장르는 문학작품에서도 쉽게 즐길 수 있으며 소위 '문학적 상상력'을 높여준다고 합니다. 인물, 배경, 사건의 3요소에 의해서 구성되는 '플룻'을 읽으며 머릿속으로 장면을 그려가면서 작품을 완성시켜나가는 것이죠. 사운드 노벨은 가장 단순하게는 '소리를 곁들인 소설읽기'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어렸을 때 즐겼던 게임북(**쪽으로 가시오)같은 형식의 '선택지'가 존재한다는 것이 좀 다르지만 작품의 재미를 높여준다는 것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죠. '사운드'라는 말이 붙는 이유는 작품의 '몰입도'를 극대화 시키기 위해서 시기적절하게 bgm을 넣어주어서 독자의 상상력을 높여주기 때문이라는 거죠.
하지만 결코 소설의 본질을 잃지 않기 위해서 화면은 배경화면과 불확실한 그림자 형태의 인물을 제시해주며 상황묘사를 배제하는 기법을 사용한답니다. 어디까지나 내용으로 승부하고 사운드는 부가적이라는 점에서 게임보다는 소설이라는 느낌이 들 수 있답니다. 이것을 강조하는 이유는 바로 '비쥬얼 노벨'이라는 약간 차이를 보이는 장르가 있기 때문이죠. (요즘은 그 경계가 허물어져가고 있는 듯 하지만..)
갈수록 더해져가는 살육과 광기, 그리고 의문들...
그럼 이제 다시 쓰르라미로 돌아와서 작품내용을 간단히 설명하겠습니다. 쓰르라미 울적에는 위의 프롤로그에서도 나와있듯이 기본적 장르는 호러, 미스테리, 추리물입니다. 일단 쇼와58(1983년)이라는, 아직 제대로된 컴퓨터나 인터넷이 등장하기도 전인 다소 옛날 시대의 일본의 한 시골마을을 배경으로 합니다. 이곳으로 전학오게된 주인공 '마에바라 케이이치'는 시골마을의 분위기에 금새 익숙해지며 친구들과 친해진다는 스토리로 이야기는 시작하죠.(주연 4명이 모두 여자임...)
하지만 평화로운 일상도 잠시뿐, 우연히 알게된 마을의 참극과 '오야시로신의 저주', 주변은 점점 피로 물들어가고 친구들에게까지 목숨이 노려집니다.(위의 그림은 스포일러?) 주변에 내편은 아무도 없고 주인공은 심지어 왜 자신을 죽이려고 하는가에 대한 이유조차도 찾지 못하죠. 뭐가 어떻게 된지 하나도 모르는 것은 주인공뿐만아니라 스토리에 몰입하여 플레이하고 있는 사람조차 마찬가지죠. 결국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은 채 첫 시나리오를 마친 플레이어는 의문투성이로 다음 시나리오를 플레이할 수 밖에 없는 것이죠.ㅎㅎ
그것이 바로 이 작품이 '문제편'과 '해답편'으로 나뉘어있는 이유입니다.(정확히 문제편이라는 단어는 구별하기 위해 사람들이 붙인 것이지만..) 이 터무니없는 미스테리를 풀기 위해 사람들은 힘을 모았습니다. 공식 홈페이지에 마련되어 있는 인터넷 게시판을 통해 무수히 많은 추측과 설을 만들어내며 끝없는 논쟁을 벌이게 된 것이죠.
그런데 '문제편'이 전부 나오고 나서 '해답편'이 나오기 까지의 기간은 무려 3년!! 그 기간동안 작가(필명 용기사07)는 정답을 알려주지 않았던 것이죠. 3년동안 이 게시판에 하루도 빠지지 않고 수많은 글이 올라왔다는것은 이 작품의 인기를 실감하게 해주네요. 아니, 오히려 인기의 비결이라고 해야될지도 모르겠습니다.
프롤로그의 이 시를 이해할 수 있다면 당신은 시나리오를 완벽히 추리해 낸 것이다.
재미있는 점은 이 작품은 '선택지'가 없다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모든 사람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똑같은 장면을 보게 되는 것이죠. 즉 '게임성'이 전혀 배제되어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도 게임 내 시나리오 메뉴에서 설명을 읽어보면 '난이도는 극악'이라는 말이 버젓이 우리를 위협하고 있죠. 이 작품에서의 '난이도'는 바로 미스테리를 얼마나 추리해 낼 수 있는가를 말하는 것이랍니다. (저 같은 경우는 문제편 3개의 시나리오 중 1개만 겨우 감을 잡는 정도였으니...)
'쓰르라미 울적에'는 여러 사운드 노벨 작품중에서도 유래없이 유명한 성공작입니다. 이익이 목적이 아닌 몇몇사람들이 뜻을 모아 만든 소위 '동인'게임으로 시작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일본과 한국에서 그 이름을 널리 떨쳤답니다. 매번 새로운 시나리오가 등장할 때마다 난리가 났었고 게시판은 달구어졌고요. 정말 오랜기간동안의 시나리오가 모두 끝나고 드라마cd제작, tv애니메이션으로 또 한번의 성공을 거두게 됩니다.(애니는 팬층에게는 졸작으로 평가되지만 처음보는 이들에게는 매우 호평을 받았지요...) 이어서 각종 플랫폼으로 관련 게임 타이틀 발매와 실사영화화되었고 심지어 아직까지도 닌텐도DS용 게임이 나오고 있을 정도이니 인기가 하늘높은줄 모른 답니다.
쓰르라미는 동인게임의 특성상 pc판으로 쉽게 다운받아 즐길 수 있습니다. 이 글을 읽은 여러분도 도전해보지 않겠어요? 예상 플레이시간은 이것저것 합쳐서 약 90시간, 쉽지 않은 대장정이 될 수도 있을 것이랍니다. 요즘은 psp나 심지어 pmp로 쓰르라미를 즐길 수 있게 되었다고 알고 있네요. 소설읽는 느낌으로 한번 첫번째 시나리오 '오니카쿠시'만이라도 플레이해보는 게 어떤가요. 어느새 깊숙히 몰입하여 효과음이 나올때마다 소스라치게 놀라고 배경음에 공포를 느끼고 있을 자신을 발견할지도..?